메뉴 건너뛰기

디자인과 브랜딩, 스타트업 관련 인물들을 인터뷰하며, 더욱 심도 깊은 콘텐츠를 소개합니다.
첫 인터뷰의 주인공은 올 7월 온라인에서 런칭한 수수솔솔의 여현진 대표입니다.

 

목욕 그리고 릴랙스 아이템을 기획하고 제작,
판매하는 브랜드. 온라인 숍을 올해 7월에 런칭, 부산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soosoosolsol.com   @soosoosolsol   #soosoosolsol

내겐 너무 자연스러운, 브랜드 런칭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수수솔솔에서 벌어지는 모든 하루의 일을 담당하고 있는 여현진입니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갑자기 ‘내 브랜드를 만들어야겠다’ 결심한 건가요?

누구보다 회사 생활에 적합한 DNA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고 열심히 일했지만, 시야가 좁아지니 간절히 좋아하던 것들은 모두 소진된 것 같은 느낌. 그래서 회사를 그만뒀어요. 정체성의 혼란이 온 거죠. 브랜드를 런칭하는 일은 제가 하던 일의 연장선처럼 굉장히 자연스러웠습니다. 전 직장이 온라인 숍이었기 때문에, 버티는 일 자체가 힘들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요. 이 일은 무조건 최소 2년은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자신의 브랜드를 만든다고 했을 때 주변 반응은 어땠나요?

전 직장 동료들 대부분은 응원을 했고요. 오랜 친구들은 또다시 모험을 하나보다 부러움 반 걱정 반. 가족들은 통장 잔고를 확인하며 앞으로의 결혼 의사를 물어보시더군요. (웃음)

 

초기 자본금에 대한 압박이 있었을 것 같아요.

퇴직금이 곧 초기 자본금이었고, 미약하게나마 모아두었던 적금을 보탰습니다. 한정된 자본금에서 사무실을 얻고 제작까지 진행해야 했기 때문에 고민이 많았습니다. 런칭할 때 가능한 한 다양한 제품 라인을 만들어 소개하고 싶어서 제작 수량은 최소화했어요. 대신 종류를 늘려가며 마진에 대한 욕심을 줄였습니다.

기분 좋은 순간을 모아, 필요한 것만 담아 수수솔솔

수수솔솔 네이밍이 특이한데요, 만들어진 계기는 무엇인가요?

바람이 솔솔 분다, 잠이 솔솔 온다, 밥 짓는 냄새가 솔솔 등 ‘솔솔'이라는 단어는 기분 좋은 여러 순간을 떠오르게 하는 주문 같았어요. 그것에 ‘수수’하게 살고 싶은 제 삶의 방향을 담아 수수, 솔솔 두 단어를 붙여봤더니 왠지 기분이 더 좋아지더라고요. 목욕 후 기분이 ‘수수솔솔’ 그런 느낌이면 좋겠다, 생각하면서. 음절 모두 시옷(ㅅ)이  들어가는 게 재미있기도 하고. 크게 의미를 두지 않은 한글이라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브랜드를 준비하면서 참고했던 정보나 자료가 있었나요?

공유의 바다, 핀터레스트에서 다양한 이미지를 감상하면서 콘셉트, 제작에 영감을 받았습니다. 세상에는 정말 멋진 것들이, 멋진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구나! 생각하죠.

 

로고나 홈페이지 디자인도 깔끔한데, 디자인 콘셉트가 있나요? 어디서 영감을 받았나요?

불필요한 포장은 줄이고 가장 정확하게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수수솔솔의 브랜드 콘셉트 또한 화려하지 않은 담백한 느낌이었기 때문에 이를 토대로 디자인을 의뢰했고 흰색을 기본으로 초록색이 포인트 컬러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다행히 마음 맞는 디자인 스튜디오, 텍스쳐온텍스쳐에서 저의 바람과 꼭 맞는 로고를 만들어 주어 정말 기뻤습니다.

패키지, 라벨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집니다.

브랜드 이름과 느낌이 그대로 담겨있는 로고를 깨끗하게 패키지에 담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이건 뭐 로고가 다 했네,라는 느낌으로요. 상품 종류가 다양하다 보니 거기에 맞는 라벨 테스트를 수백 번은 한 것 같아요. 보이기에는 10분 만에 끝날 작업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만. (웃음)

 

수수솔솔에서 직접 제작한 제품을 몇 가지 소개해주세요.

헤엄치는 자세로 한 번에 입을 수 있는 면 가운은 바람이 솔솔 들어오는 수수솔솔 여름 대표 아이템입니다. 샤워 후 물기가 남아있는 몸에 옷을 걸치는 건 의외로 불편하기 때문에, 넉넉하지만 여성스러운 원피스 가운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았어요. 모든 장착 테스트는 엄마에게 부탁했습니다. 엄마가 편하다고 느끼면 누구에게나 편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엄마의 한 줄 평은 ‘날개를 단 것 같다’.

샤워 타월은 기존의 직사각에서 정사각 형태로 변형을 줬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긴 타월을 모두 활용하지는 않더라고요. 성인이 사용하기에도 부족하지 않고 아이들이 사용해도 부담 없는 사이즈,  라벨은 건조 걸이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편의성을 높였습니다.

상품 제작에 얽힌 뒷이야기도 궁금한데요,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을 것 같아요.

샤워 타월은 화려한 염색을 하는 게 정석처럼 되어있었기 때문에 공장에서는 흰색으로 만드는 것을 의아해 하셨어요. 쉽게 더러워지는데 흰색을 왜 하냐고. 하지만 샤워 타월은 어쩌면 가장 깨끗하게 써야 하는 제품이니 흰색이 좋을 것 같다는 판단으로 진행을 했죠. 처음 공장에 찾아갔을 때 어마어마한 대량생산이 기준이라 제가 할 수 있는 선택은 거의 없었는데, 번거로움을 무릎 쓰고 정말 투자하는 마음으로 샤워 타월을 제작해 주셨죠. 지금도 이걸 어떻게 만들 수 있었지, 하는 생각이 드는 제품입니다.

혼자서도 잘해요

1인 기업으로서 디자인에서부터 상품 제작까지, 모두 다루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요?

혼자라는게 장점이자 단점입니다. 그 비율이 미묘하게도, 아직은 장점으로 기울어져 있습니다. 곧 지옥을 맛볼지도 몰라요(웃음). 꼭, 직접 확인을 해야 하는 고집이 있어서 혼자 생각해서 결정하는 것이 아직은 좋더라고요. 냉철한 피드백을 주는 지인들이 있어서 완곡 조절은 가능했습니다. 내 작업을 잘 아는 사람, 아예 모르는 사람, 두 타입의 피드백을 받는 것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중 가장 힘들었던 점이나 도움이 절실했던 부분이 있을까요?

제가 놓친 사소한 것들이 큰 문제가 될 때, 그 누구의 탓을 할 수도 없더라고요. 어찌 되었건 최종 결정을 내린 사람은 저니까요. 그에 따른 지출이 생기는 만큼 자기 실수에 대해 관대해지기가 어려워요. 며칠 눈물을 쏟고, 다음에는 절대 잊지 말아야지 했던 기억들이 나네요. 도움을 기다리고 있으면 아무것도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 특히 봉제 공장을 찾아 샘플 작업을 하면서 불어나는 샘플비만큼 수강료를 톡톡히 지불한 듯해요.

 

표면적으로는 1인 기업이지만, 사실 유능한 사원이 한 마리 있다는 소문이...

회사에서 숙식을 하는 마사원(마일로, 고양이, 5세)이 함께 합니다. 저의 회사원 시절, 백수 시절, 브랜드 준비 기간을 함께 하며 남몰래 흘린 눈물을 마사원은 알고 있죠. 대부분 취침 중이어서 만년 사원이 될 가능성이 높지만 타고난 친화력으로 사무실을 방문하는 모두에게 존재감을 뽐내고 있습니다.

부산의 목욕을 책임지는 브랜드

부산에서, 그것도 욕실 용품을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두 볼처럼 잘 익은 오늘도 수수솔솔’이라는 브랜드의 메인 카피처럼 ‘잘 익었다, 하루 열심히 살았다’ 하는 위안을 주는 시간, 하루의 즐거움도 서글픔도 피곤함도, 모든 것을 멈추고 마무리하는 순간이 목욕이라고 생각했어요. 너덜너덜해진 몸과 마음이 내일을 시작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그 시간이 저 또한 좋았습니다. 그래서 리빙 아이템의 일부가 아닌, 매일의 목욕을 위한, 목욕의 편안함이 더해질 제품들을 특화해서 만들고 싶었습니다.

수수솔솔의 베이스가 된 부산은 저의 고향이기도 하고, 목욕탕이 많은 지역이에요. 온천장이라는 동네도 있고요. (웃음) 또 광안리, 해운대, 송정, 송도 바닷가가 가까이 있죠. 많은 이들에게 휴양의 느낌이 드는 부산에서 언젠가 목욕, 휴식과 관련 있는 작업을 하면 재미있겠다 생각을 했었습니다.

서울이 아닌 부산에서 시작하기에 힘든 점은 없었나요?

메일로 주고받을 수 있는 일들은 큰 제약이 있지는 않았습니다. 미팅을 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지만요. 부산이라서 힘들었다기보다 상품을 직접 제작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막막했어요. 작업 공장이 있더라도 밀집되어있거나 세분화되어 있지 않아 실 작업이 가능한 공장을 찾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어찌 되었건 발품을 팔아야 얻을 수 있는 건 그 어디든 똑같지 않았을까 싶기도 해요.

 

반대로 장점은요?

화려하고 다양한 기술력보다는 내공이 두터운 장인들도 많습니다. 직접 제품을 수시로 확인하면서 일을 진행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부산에서 브랜드를 만든다는 것에 대해 어렵지 않을까 걱정하면서도, 대부분 의리있게 많은 도움을 주셨어요. 또 무궁무진한 콘텐츠 작업이 가능한 부산이라는 지역 특성이 저를 설레게 하죠.

 

앞으로 제작될 상품들, 브랜드의 방향에 대해 살짝 귀띔해주세요.

획기적이지는 않지만 ‘아, 이렇게 쓰면 참 좋지’ 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제품들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매월 준비하는 세트 상품이 그 기본이 될 것 같아요. 여성을 타겟으로 진행되는 상품군이 대부분인데 점차 타겟도 넓혀가려 합니다.

합리적인 가격, 과장되지 않은 담백한 브랜드로 꾸준히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가까운 시일 내 부산의 셀렉트샵 도어투도어에서도 수수솔솔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끝으로 금강산도 식후경, 부산 맛집을 소개해주세요.

구서동 밀면집 ‘면채움’에서 종종 식욕 없는 여름을 납니다.

 

ⓒ수수솔솔
PHOTOGRAPHY 텍스쳐온텍스쳐
INTERVIEW 뭐든지 스튜디오